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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디자인상 받은 목조건물 "시간의 리듬이 만드는 건축을 추구한다"
by 운영자 | Date 2023-01-17 15:20:37 hit 650

"시간의 리듬이 만드는 건축을 추구한다" 건축가 한은주(下)


뉴스 기사
[효효 아키텍트-147]

인천시 남동구 인천대공원 내 목연리(2017)는 목재 문화 체험만으로 나무에 대한 '감각 경험'을 건축으로 해석한 프로젝트이다. 숲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바람 결과 사람의 움직임 등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숲의 분위기를 '건축적 추상'으로 도입하였다. 숲에서 이뤄질 수 있는 공감각적 체험을 한은주의 건축 툴(tool)인 앰비언스월을 처음 적용하여 목재에 대한 다양한 레벨의 경험이 이뤄지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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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 정문으로 들어와 왼쪽의 수목원 초입에 위치한 지상 2층 건물인 목연리의 기초는 콘크리트다. 외벽의 일부를 검은색으로 칠한 적삼목 패널로 감쌌다. 숲속 건축물을 목재로만 지으면 자연인 숲에 포획된다.

고공에서 내려다보면 본관 건물이 큰 삼각, 그 옆에 수목원 출입구 구실을 하는 건물이 작은 삼각 구도를 이룬다. 본관을 장식하는 목재 열주 배치를 위해 비죽 튀어나온 삼각형 그리고 수목원 출입구 옥상 부위가 빚어내는 삼각형이다.

목연리의 시그니처인 '목재 스크린'은 수목관 출입구와 본관 2층에 길게 도열한 나무 열주와 같은 구조물이다. 가까이서 보면 붉은빛이 도는 ∧ 형태의 목재가 8단 또는 9단으로 겹겹이 포개진 구조다. 목재 스크린은 주변 수목원과 목연리를 분리하면서도 수목원의 풍광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다.

동남아산 멀바우(태평양 철목) 목재를 깎아서 만든 목재 스크린 뒤에 숨은 쇠창살이 뒤에서 살짝 회전운동을 하면 스프링으로 연결된 ∧ 형태가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면서 역동적 이미지를 빚어낸다.

목재 스크린에 설치된 센서에 의해 외부의 날씨 변화나 내부의 인구 밀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건물 내외부의 분위기(ambience) 변화에 맞춰 변신하는 벽(wall), '앰비언스 월(ambience wall)'이다.

목연리는 세계건축커뮤니티(WAC)가 선정하는 세계건축(WA)상과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디자인상(콘셉트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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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연리에서 보듯 한은주는 다양한 기술을 토대로 '시공간의 리듬이 만드는 건축'을 추구한다. 한은주는 '도시 공간에서 인간의 일상 공간과 시간은 점점 더 압축되고, 시공간에 대한 인식은 물리적 세계를 넘어 가상세계로 확대되면서 삶의 무대는 레이어를 확장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시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인지하며 건축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한은주가 2021년 8월 건축전문지 'SPACE'에 쓴 '운율적 지형학의 공간: 키네틱 인터랙션 건축'중 '앰비언스'와 '앰비언스월'의 개념을 요약해 본다.

새로운 지형학의 필요성 - 진일보된 공간성, 앰비언스(ambience): 시간의 흐름에 따라 켜켜이 쌓이는 도시 리듬 지형은 공간에서의 주기별 움직임이나 에너지 변화를 보여준다. 개별적 상황에 따라 진일보된 공간성, 즉 앰비언스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상황의 데이터화와 새로운 공간 경험: '앰비언스월(ambience wall)'은 (시간과 공간, 사건이 변화하는) 도시 상황을 건축적으로 구현(물체화)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날씨 변화나 교통의 움직임 등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이 건축에 구체적인 방법으로 적용되면, 보다 역동적이고 도시 맥락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앰비언스월 : 새로운 도시의 표정과 분위기 창출: 센서와 매개변수에 의해 작동되는 파사드 시스템인 앰비언스월은 건물 주변의 미세한 날씨와 인간의 활동을 반영하는 매개변수를 통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도시에 상호작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상 한은주>

필자가 이례적으로 '앰비언스월'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한은주 건축가의 글을 인용한 이유는 한 개념이 대중적으로 회자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조건과 맥락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아우라(Aura)'는 예술작품에서 뿜어내는 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말한다. 1936년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이라는 논문에서 사용해 예술개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베냐민은 아우라는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유일한 현존성에 의해 생긴다고 설명한다.

'앰비언스(ambience)'는 원래 '주변' 또는 '싸여 있다'는 뜻이지만, 음향 분야에서는 음장감(音場感), 임장감(臨場感) 등 음이 퍼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월(wall)은 차단의 뜻이 아니라 반응을 의미한다. '구조벽체' 뜻을 포함해야 하기에 월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한은주는 "사람이 컵을 보고 있으면 컵을 뺀 전부가 앰비언스다"라고 설명한다.

센서와 매개 변수(수치 정보)에 따라 작동되는 앰비언스월은 국내 시공 현실을 감안한 디테일, 나무의 물성과 가공 방식까지 고려하는 공예적 접근을 통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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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문(2021)은 앰비언스월을 활용한 인천도시공사 본관동 리모델링 프로젝트다. 1990년대에 지어진 인천도시공사 주 출입구의 수목과 계단부를 전면 철거하고 열린 무대와 같은 계단을 만들었다. 앰비언스월은 건물 외부에 설치해 외부 사람들의 유동성에 반응하도록 설계하였다. 움직임에 따라 파사드가 움직여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한은주는 아트워크와 사람 간의 인터랙션이 극대화된 작업으로 자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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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동구 독서당로 203 옥수연(2020)은 공공복합청사 용도의 건축물이다. 옥수연의 앰비언스월은 독서당의 역사적 의미를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고 과거 문화의 형상인 포(包) 건축 양식을 차용하여 현재의 시간언어로 재해석하였다. RCA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전통은 창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당은 조선조 지배 계급인 사대부 중심 공간이었다. 독서당을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지식의 메타포(metaphor·은유)로 개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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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연은 1만여 가구가 거주하는 절벽의 하부 경사지에 위치한다. 자연과 도시 데이터의 매개 변수에 반응하는 인터랙션 건축을 통해 새로운 공간 경험과 건축 조형언어를 보여주려고 했다. 앰비언스월 구동은 회전 방식을 택하였다.

한은주의 건축 언어는 장누벨(Jean Nouvel·1945~ )이 설계한 프랑스 파리 '아랍 문화원(Arab World Institute·1987)'을 연상케 한다.

아랍문화원은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형태이고, 커다란 한 덩어리로 존재한다. 공간 안에 공간을 만들어 이중적인 형태를 띤다. 유리와 메탈과 빛의 3요소가 어우러진 건축물이다. 건물의 남쪽 면 외벽 창의 아라베스크(arabesque) 문양에 2만7000여 개의 조리개판이 작동되어 빛의 양을 조절한다.

파사드는 외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빛의 세기와 양에 따라 조리개 모양의 모듈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3만여개의 조리개 판과 242개의 그릴로 만들어진 창은 (동시에 외벽) 햇빛의 세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마치 카메라 렌즈와 같은 기능의 블라인드식 기계 장치를 건물 외벽 대체물로 설계한 것이다. 이 조리개 판은 톱니바퀴에 의해 작동된다.

한은주 건축 언어는 주변과 소통·반응하는 데 반해 장누벨의 아랍문화원은 노트르담 성당 등 주변 맥락(context)과 별개의 전형적인 상징주의 건축이라는 차이가 있다.

한은주는 연구와 건축물 구현을 동일선상에서 하고 있다. 일상을 제대로 담기 위해 데이터지형학을 도입하였으며, 건축 공간 경험을 인터랙션이라는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사람과 물리적 환경, 사람과 공간과 시간, 사람과 (기후, 자연, 일상적 도시 변화 등) 환경의 인터랙션을 어떻게 건축에 담을 것인가는 한은주 건축가의 소명이 되었다.